힐링 콘셉트가 잘 어울리는 도시, 우붓
‘디지털 노마드’나 ‘코워킹 스페이스’, ‘리모트 워킹’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다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발리(Bali)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섬 중에 하나인 발리는 한국인들에게 신혼여행지로 유명한데, IT 업계에선 언젠가부터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처음엔 저렴한 물가로 장기 여행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인터넷 인프라가 조성되었고, 이후 노트북을 들고 장기간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와이파이와 커피가 구비된 코워킹 스페이스가 곳곳에 생겨났고, 특히 후붓, 도조발리, 아웃포스트 등과 같은 코워킹스페이스가 유명하다.
우붓(Ubud)은 발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발리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인데, 우붓에서 한 두 시간이면 발리의 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산과 계곡, 숲과 신전으로 둘러싸인 우붓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Eat, Pray, Love)’ 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붓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풀빌라나 호텔에 묵을 수 있고, 요가와 베지테리언 음식이 유명하다. 힐링의 콘셉트가 잘 어울리는 곳인 만큼 코워킹스페이스 안에서도 종종 요가와 관련된 세미나를 연다.
초록 자연 속의 코워킹스페이스
우붓에는 두 개의 코워킹스페이스가 있는데, 하나는 후붓(Hubud), 다른 하나는 아웃포스트(Outpost)다. Hubud 은 인테리어가 굉장히 자연친화적이다. 건물 자체도 나무로 지어졌고, 건물 안에는 잔디 가든이, 그 바로 옆엔 논이 있어서 일을 하다가도 눈만 돌리면 초록색 풍경으로 머리가 맑아진다. 또 글로벌 IT 기업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종종 열리고, 유명한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머무는 것으로 소문난 곳이다. 반면 아웃포스트는 Hubud 에 비해 공간도 훨씬 넓고 시설도 현대적이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 3분 정도 걸어가면 수영장도 있다. Hubud 에서 IT 분야의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반면 아웃포스트는 요가나 댄스 등 이벤트의 성격이 좀 더 다양한 것 같다.
Hubud 은 Hub-in-Ubud 의 줄임말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코워킹스페이스 중 하나다. 세 명의 창립자들이 발리에서 만나 일 년 동안 코워킹스페이스를 시험 운영하다가 2013년 5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그때 설립자들은 현재 치앙마이에 다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마다 색깔이 있는 Hubud 의 업무공간
Hubud 은 우붓의 남쪽, 원숭이 숲(Monkey Forest) 바로 옆에 있다. 최근에 새로 생긴 올리브영과 가디언 약국 오른쪽으로 꽃으로 장식된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신발을 잘 정리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슬리퍼가 가득찬 신발장을 볼 수 있다. 이 슬리퍼들을 보면 오늘은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를 가늠할 수 있다.
멤버들의 신발로 가득한 Hubud 의 입구 (출처: www.coworker.com)
웰컴 데스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웰컴 데스크에서 스태프들이 인사를 건넨다. 스태프들은 항상 이 데스크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 옆의 칠판에는 이번 주 세미나와 이벤트 정보가 상시로 업데이트 되어 있다.
Hubud 의 웰컴데스크와 이벤트 정보가 적힌 칠판
웰컴 데스크를 지나면 본격적인 Hubud 의 공간들이 시작되는데, 크게 라운지, 실내 업무공간, 2층 업무공간, 야외 카페와 가든, 콘퍼런스룸, 미팅룸, 스카이프 부스로 이루어져 있다.
라운지
라운지는 웰컴 데스크 오른편에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통해 실내/실외/2층 업무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처음 Hubud 에 온 사람들은 여기서 컴퓨터 인증을 하게 된다. 라운지에서 사람들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고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Hubud 를 이용한 지 두 주가 된 나는 얼굴이 익은 사람들과 라운지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곤 한다.
실내 업무공간
실내 업무공간에는 팀 단위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함께 모여 앉아 작업을 하고 종종 토론도 하는데, 딱히 정숙한 분위기는 아니다. 실내 업무공간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편한 의자가 있는데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 Hubud 에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선풍기가 업무공간 구석구석 여러 대 있다. 처음엔 에어컨이 없이 어떻게 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적응이 된다.
2층 업무공간
2층 업무공간에는 실내 업무공간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다. 다른 곳보다 어두워서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낮에는 지붕이 뜨거워서 꽤 더운 편이지만 오히려 비가 올 때는 더 시원하다. 이곳에는 스카이프 룸이 있어서 긴 통화를 할 때는 자주 이용한다. 한 쪽에는 낮잠을 자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자연광이 들어와 아늑하고 집중이 잘 되는 Hubud 의 2층 업무공간
낮에는 덥지만 저녁에는 시원한 Hubud 2층 업무공간
야외 업무공간
개인적으로 난 항상 야외 업무공간에서 일했다. Hubud 에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이 곳을 더 선호했다. 창가에 앉아 논을 보면서 일하면 시각적으로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간혹 비가 올 때면 빗소리의 시원한 느낌이 바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카페와 함께 있는 Hubud 야외 업무공간
내가 야외 업무공간으로 출근을 하면 항상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앱 개발을 하는 인도네시아 커플, 유희열의 이마를 닮은 러시아 안드로이드 개발자, 머리에 꽃을 달고 다니는 사랑스러운 호주 마케터, 브라질에서 온 전화 영어 선생님 등 다양한 직종의 디지털 노마드가 그들인데, 우리는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이 야외 공간에는 카페가 있어서 점심 식사 대신 샐러드나 과일 주스를 주문하기도 한다.
가든 & 콘퍼런스룸
가든과 콘퍼런스룸에서는 네트워킹을 위한 이벤트와 정보성 세미나가 열린다. ‘New Member’s Day’ 같은 정기 이벤트도 열리고, 구글 같은 큰 기업과 연계된 행사가 종종 열리기도 한다. 만약 Hubud 멤버가 어떤 정보를 공유하고 싶거나, 자기의 프로젝트를 함께 할 사람들을 구하면 Hubud 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기도 하고 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나는 ‘셀프 프로모션/마케팅’ 세미나, 비트코인 사용법 세미나, ‘PlayBali’ 라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게임 공유 이벤트에 참여했었다. 이런 이벤트에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발리로 떠나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원격으로 일하는지 등을 나누며 흥미로운 정보도 얻고, 서로를 응원해 주기도 한다.
Hubud 의 운영시간 & 요금제
Hubud 은 평일엔 24시간 열려 있어서 늦은 밤과 새벽에도 일을 할 수 있다. 단 주말에는 자정까지만 문을 연다. 참고로 Hubud 의 스텝들은 인터넷 연결이나 멤버십 등록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지만 5시면 모두 퇴근을 한다. 다른 멤버들도 저녁 8시 정도가 되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서 1-2 명 밖에 남지 않는다.
운영시간 : 평일 24시간 / 주말 자정까지
요금제 : 월 30시간 (60달러), 무제한 이용 (275달러)
스텝상주 : 오후 17:00 까지
만약 Hubud 에 조만간 방문해 볼 예정이라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벤트를 찾아보고 꼭 한번 참여해 보길 권한다. 단순히 공간만 이용하는 것과 그 공간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경험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Hubud 이용자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후부디안’ 이란 그룹을 미리 방문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근처에 머물 집을 찾거나 Hubud 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Hubud 에는 한 달에 사용하는 시간에 따른 요금제가 있고, 이벤트만 참여할 수 있는 요금제가 있다. 먼저 Hubud 의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중 가장 저렴한 것은 30시간짜리로, 요금은 60달러 정도다. 이 금액은 발리 물가에 비하면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우붓은 한국과 달리 인터넷이 귀한 곳이다. 근처 카페 중에 Hubud 처럼 인터넷이 원활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도 아니다. 모든 공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월 275 달러다. 내 경우 처음에 30시간짜리 멤버십을 끊었는데, 생각보다 30시간을 금방 써 버려서 결국엔 업그레이드를 했다. 만약 우붓에 온 김에 경험 삼아 한번 방문하고 싶다면 무료로 둘러볼 수도 있다. 멤버십이 아니라도 카페는 이용이 가능하다.
Hubud 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발리로 떠나기 전에 몇 가지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반드시 날씨를 확인할 것.
발리의 우기는 11월부터 3월까지다. 나는 2월 한 달간 머물렀는데 거의 이틀에 한 번씩 비가 왔다. 그래도 그때에는 비가 와서 그다지 덥지는 않았는데, 비가 그치고 3월 초가 되니 굉장히 더워다. Hubud 에는 에어컨이 없다. 일하다가 너무 더운데 샤워실도 없어서 가끔은 집에 가서 씻고 다시 오곤 했다. 참고로 발리의 건기는 6월부터 10월까지로 이때가 여행하기도 일하기도 가장 좋은 때다.
또 우붓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우버(Uber)는 지역 택시들의 텃세 때문에 타기가 어렵고 버스도 없다. 게다가 두 주 이상의 장기 체류자라면 어느 정도 저렴한 방을 구하려 할 텐데, 시내에 있는 방들은 생각보다 값이 싸지 않다. 내가 있던 풀빌라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였는데 Hubud 에서는 오토바이로 15분 거리였다. 우붓에 장기 체류할 예정이라면 꼭 국제면허증을 챙겨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Hubud 에 처음 방문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몇 년 동안 한국의 전형적인 사무공간에서 일하다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일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자연을 보면서 일을 하고,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발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시간을 내서 한 번쯤 Hubud 에 들러보길 권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도 지켜보고, 그들과 어울리는 네트워킹 이벤트에도 꼭 한번 참여해 보기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보] 수원시 코로나19 확진자 1명 추가… 프랑스 다녀온 곡성동 거주 20대 (0) | 2020.03.23 |
---|---|
평택시청 9번째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 (0) | 2020.03.23 |
[속보] 수원시청 "코로나19 22번째 확진자 발생…영통1동 거주 40대 여성" (0) | 2020.03.22 |
조윤제 전 주미대사 차기 금통위원 유력 (0) | 2020.03.22 |
유벤투스 디발라, 여자친구와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자가격리…팀내 세 번째 (0) | 2020.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