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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마삿대학교 학살 -태국사건-

우연히 읽게 된 태국의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태국 국왕의 사진을 SNS에서 올렸다는 이유로 35년형을 살게 된
남자에 관련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기사를 읽고선 '와.. 역시 태국은 왕실모독죄가 정말 어마 무시 하구나'라는 짧은 생각으로 기사를 넘길 뻔했는데,
밑에 달려있는 무수한 댓글들에서 [탐마삿대학 학살사건]이라는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탐마삿 대학교

'태국인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였고,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알지 못하는 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았고,
태국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일 거 같았다.
그리고 댓글 다신 분이 친절하게 구글에 입력하면 영상까지 볼 수 있다고 하셔서... 직접 찾아봤다.

그리고 나는... 많은 충격을 받았다.
이 일이 고작 40년밖에 되지 않은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영상을 올리지는 않을 거고, 굳이 보고 싶은 분들은 구글에서 [탐마삿대학 학살사건]이라고 찾아보면 30분가량의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위가 약하거나 임산부, 노약자 분들은 보지 않을 것을 강력 추천한다.


[탐마삿대학 학살사건] - 1976년 / 잔인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좌파 경향의 학생운동이 거세던 시절 인도차이나에서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가 모두 공산화되면서 남쪽 말레이시아 말고 유일하게 태국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태국의 위기감은 매우 컸습니다. 극우 민병대가 조직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탐마삿 대학에서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을 조롱하는 연극이 열렸는데, 퍼포먼스로 2명을 교수형 시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공교롭게 왕자와 닮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몰립니다.
좌파 학생들이 군주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국 10월 6일 군경과 극우 민병대까지 대학을 포위 공격하는데 실탄 발사로 인한 사살뿐만 아니라 사지 절단과 강간이 횡행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사망자가 46명에 불과하지만 비공식 사망자는 1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퓰리처상을 받은 종군기자 울비치의 아래 사진은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좌파 운동권으로 몰린 여학생을 교수형에 처한 것도 모자라 의자로 다시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주의 깊은 분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남자의 시신 공격보다도 참관인의 나이와 그 모습들이 더 끔찍할 정도입니다.)


▲ 참관인 중에는 10대 아이들도 보일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1996년 그나마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어떤 가해자도 처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37년 전의 사건이지만 태국 정치를 보면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잔혹한 폭력의 끊임없는 반복입니다.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도 방콕 거리에서는 폭력이 거리낌 없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중 하나는 2007년 12월 선거로 다시 집권에 성공한 탁신계의 총리가 사막인데 이 양반은 탐마삿 대학 학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군부의 진압을 자극한 인사 중 하나로 사막이 꼽히고 있으며 그가 다시 총리가 되었을 때 외신이 학살에 대해 묻자 운 나쁜 한 명이 죽은 사건에 불과하고 자기는 관련이 없다고 한 말은 유명합니다.




태국 = 천사의 미소
라는 생각이 나에겐 항상 박혀 있었고, 태국 여행을 할 때도 단 한 번도 그들이 베푸는 친절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현재 내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 또한 너무나 착하다. (치앙마이에서도 날 어찌나 잘 챙겨줬는지 ㅠ _ㅠ)
그런데! 이런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피의 역사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만.. 한 번도 식민지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라이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태국인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역사를 알게 되니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면도 있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서는 정말 너무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6월 항쟁이나 5.18광주 민주화 운동같이 정권에 맞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피 흘렸지만.. 정말 아무리 그때 영상을 봐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최루탄이나 실탄을 쏘는 경찰 중에 웃는 사람은 없었다.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체에 불을 지르며 손뼉을 치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사람을 나무에 묶어놓고 의자로 때리고, 이미 시신인데도 심한 폭력을 행사하며,
그걸 보면서 즐거워하는 군중들은 뭔가? 내가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도대체 그들이 폭발하는 화산처럼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이며(대부분이 왕권 관련한 문제이긴 하다) 
어떤 생각을 가져야 타인의 '죽음'에 대해 저렇게 기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이건 역사와 문화를 떠나 정말 인간의 존엄성 문제이지 않을까?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태국 친구한테 물어볼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내 나라의 아픈 역사를 외국 사람이 물어보면 다소 당황스럽고 할거 같아서
일단 구글을 통해 조금 더 알아보고 있다.

정말.. 태국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 기...쁘다기 보단
한 나라, 국가가 그냥 만들어지는 건 절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게 좋게 만들어지든, 시체가 쌓여서 만들어지든 말이다.